사울은 매력적이었고 하나님의 영이 임하여 예언을 하기도 했다. 초대 이스라엘의 왕이 되어 나라를 구원할 수 있는 자로서 자격 조건이 나쁘지 않았다.
사울은 나랏일(전쟁)을 짊어진 자로서 신중한 신앙을 가졌지만 괴팍스러운 서원을 보면 공사(公私)의 구별이 잘 안되는, '어리석은 경건'에 물들어 있었던 것 같다.
<진멸과 살려둠>
하나님께서 사울을 비토(거부)하신 것은 사울의 불순종이었다. 그는 '진멸하라'(herem)는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지 않았다.
아말렉 전투에서 사울과 그의 군대는 쓸모없고 값없는 것만 진멸하고 아각왕과 가장 좋은 양과 소는 살려주었다(15:9).
사울은 토라의 말씀을 어긴 자로서 더 이상 야웨의 왕이 아니다. 사울의 불법적인 살려 두기는 변명에 불과하다.
<마음까지 듣기>
사무엘은 양과 소의 소리를 ‘들으며’ 진멸해야 할 것들이 아직 남은 것에 대해 사울을 압박했다. 사울은 듣지 않았고 사무엘은 들었다.
기름부음 받은 자로서 사울의 책임은 듣는 것이었지만(15:1) 사울은 자신의 통치력을 과신하였고 임의로 결정하여 듣지 않았다.
사울의 책무는 듣는 것이다. 듣는 것이 왕의 일이고 모든 것일 수 있다. 희생 제사조차도 하나님에겐 듣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다(15:22).
<정당한 거절>
청종(聽從)의 실패는 완고함, 사악함, 우상숭배를 낳는다.
사무엘은 백성의 소리를 들어 사울을 세웠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백성의 소리를 듣고 하나님의 소리를 듣지 않은 사울은 거절당한다(15:24-26).
사울의 고백은 냉정하고 일사불란하게 무시당한다. 그리고 어떤 용서도 수용되지 않는다. 다윗의 이야기와 너무 대조적이라 '아픈 여운'이 남는다.
<깊은 슬픔>
왕으로서의 자리가 거절된 사울에게는 가혹한 판결이 기다릴 것이다.
이것은 '정당한 거절'이었지만 사무엘과 하나님에게는 그를 향한 '깊은 슬픔'도 동반한다.
사무엘의 사울에 대한 슬픔은 동정심의 발로였을 것이다. 사울의 이야기는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사무엘은 슬퍼는 했지만 용서하지는 않았다. 권력의 대가는 청종이었지만 사울은 그 값을 지불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