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냄새>
양이나 짐승을 잡아 번제(燔祭) 하는 일련의 과정, 특히 불로 짐승을 태우며 발생하는 연기가 하나님께 향기로운 냄새라니 흥미롭다.
인신제사에서 동물제사로 혁신한 것도 특별하다. 무엇보다 한 해 중 정기적으로 번제의 중요성을 특정했으니 '태움을 통한 정화'(淨化, purification)를 역설한 것이다.
정화는 오염이나 전염에 대한 지속적인 예방과 반복적인 소독을 의미한다.
<선악 분별>
유치하고 어린 신앙은 제의적인 것만 하는 것이다. 성숙한 신앙은 무엇이 옳고 그른가, 무엇이 공동체적으로 유익한지 해로운지 구별할 줄 안다. 따라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선별(選別)할 수 있는 식별력을 꾸준히 높일 때 공동체의 혼돈과 무질서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레위기에 언급한 사례처럼, 부정한 것을 찾아내거나 누룩 없는 밀전병을 만들거나 제사장에게 헌물할 고기의 부위를 특정하는 것, 회막에 갖고 들어갈 불을 임의대로 하지 않는 것 등은 모든 일을 신중하게 살피고 숙고하는 선민(選民)의 자질이다.
<거룩 연습>
레위기에서 거룩(holiness)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구별된 삶과 존재로서 살아가려는 지난한 투쟁이다.
거룩은 으레껏 먹어 왔던 동물성 음식에 대한 익숙한 습관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여 시체를 만지지 않는 것까지 전방위적으로 다시 생각하고 다시 행동하는 것이다.
<오염 확산 방지>
레위기에서 오염과 전염에 대한 심각한 관찰과 신속하고 냉정한 예방책을 본다.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근인(根因, basic cause)을 규명하고 공동체에 퍼지는 것을 막으려고 모든 화력을 모은다.
이런 레위기의 분별정신을 예수는 적은 누룩이 온 덩이에 퍼지는 것을 주의하라고 했고, 바울은 악은 어떤 모양(form)이라도 버리라고 했다.
거룩은 공동체를 오염시킬 수 있는 악한 기운이나 해로운 생각을 조기에 포착하여 그 퍼짐을 차단하는 능력이다.
<생명 존중>
생명은 천지의 본(本)으로 돌아가는 것 즉, 천지의 순리대로 백설 속의 핑크 빛 꽃봉오리 같은 것이다.
피는 생명의 근원을 가장 잘 보여준다. 그래서 함부로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생명을 주는 피 흘림'도 분명 있으니 잘 간직하고 그 사회적 효능감을 맛봐야 한다.
부채(빚)는 오늘날 생명을 파괴하는 것, 인간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 중의 가장 치명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