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은 절망의 시대를 말한다. 주위를 둘러봐도 도울 수 있는 자가 아무도 없다. 구슬픈 처지와 비참한 여건은 좌절, 신음, 식욕 상실로 이어진다(1:8).
절망이라는 죽음의 상태에서 생명을 줄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올 것인가? 옛 지도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면 새로운 지도력의 출현은 어떤 방식과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 '신실한 기다림'의 장면이 시작된다.
<한나의 믿음>
하나님의 위대한 면모는 인간의 신음과 고통의 하소연 앞에서 약해지시고 어쩔 줄 몰라 한다는 것이다.
한나는 슬픔의 심연에서(1:2) 투혼을 다하여 '신실한 기다림'으로 예배의 자리를 유지한다(1:28).
엘리 제사장은 처음에는 한나의 진실한 투혼기도를 오독(誤讀)했으나 확증과 축복을 통해 새로운 기대와 회복을 공언(公言)한다.
<전복적인 찬양>
한나의 노래는 주변으로 밀려난 자들의 노래다(2:8).
찬양(Doxology, 송축)은 거룩한 자들이(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자) 악인들을(자신의 힘을 믿는 자) 향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한나의 송영은 부활신앙이 발출(發出)하는 '전복과 뒤엎음'으로 충만하다(2:7-8). 브린나와 블레셋의 교만이 정죄받는다.
이 노래 속에는 한나의 아들 너머로 미래의 새로운 왕권을 희망하고 있다.
<엘리의 무너짐>
그때나 지금이나 교회 안에 하나님의 말씀이 희귀하고(3:1) 작동하지 않는 죽은 말들이 떠다닌다.
교회는 존재해야 할 이유와 방향을 상실했다. 관행과 구습으로 얽힌 곳에는 제의(祭儀)마저도 사적 편취로 '사유화'된다.
자식들의(홉니와 비느하스) 불법에 대한 엘리의 '무능한 꾸짖음'은 새로운 지도력의 필요성과 출현을 촉발한다.
<사무엘의 다른 모습>
개인과 사회를 재편하고 새롭게 구성하려면 '새로운 말씀의 권위'가 있어야 한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다른’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옛 지도력의 눈이 어두워 졌다. 그러나 하나님 말씀의 등불은, 장차 ‘이가 그다’(16:12, this is he)로 다윗을 감별하게 될 사무엘에게 영광의 자리를 준다.
하나님의 말씀에 힘입어 사무엘의 말(words)은 권위와 힘을 얻고 사회적(공동체적) 인증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