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부요함의 기적을 통해 부족함(불안)의 악몽에서 탈출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시내산에 도착했을 때, 샬롬의 선물로 애굽의 '결핍 시스템'에서 해방된 것을 실감했다.
감사와 선물의 책장 속으로 들어가면 다른 이들이 보인다. '부족함의 마법'에서 벗어났기에 이웃 사랑에 힘을 쏟게 되었다.
<새 계명>
시내산에서 받은 새로운 이야기(명령)는 이웃 사랑을 향한 하나님의 비전이다. 그리고 모두가 자유를 향유하기 위한 즉, 공동선을 위한 하나님의 의지를 담고 있다.
애굽시절에서는 모두를 위한 자유(공동선) 따위는 감히 생각할 수 없었다. 부족과 결핍으로 찌든 자들에겐 이웃 사랑과 공동선은 사치였을 뿐이다.
십계명은 '불안'에서 '부요함'을 거쳐 '이웃 사랑'으로 전진하는 여정에서 '모두의 자유를 위해' 사회적 재화 구성을 위한 가장 요체가 되는 진술이다.
<주권 변화>
1-3계명은 주권 인정에 대한 대원칙이다. 불안을 가중시켜 폭력과 약탈을 정당화하는 바로의 통치(시스템)에서 해방시킨 분(존재)을 예배하라는 말이다.
하나님의 이해할 수 없는 신비와 거룩하심을 바라보라는 명령이다. 피로에 찌든 시스템을 뚫고 들어오셔서 쉼을 주실 능력과 쉼을 주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하나님께 마음을 두라는 것이다.
<너로서의 이웃>
5-9계명은 다양한 이웃들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착취하지 말 것을 얘기한다(출 20:12-16). 이웃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적정한 제한(한계)을 둔다. 애굽 체제는 한계를 모른 채 생산만을 증가하기 위해 이웃을 마음대로 통제하고 착취했다.
십계명은 이웃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 생산과 효율 시스템의 부품이 아닌 역사의 주체임을 천명한다. 우리는 이웃에게 쏟는 사랑으로 불안만을 야기하는 생산성 중심 풍조에 맞서야 한다.
<약탈 경제 OUT>
10계명은 개인적 탐욕에 대한 경고를 훨씬 넘어 힘을 가진 자들의 탐욕을 정당화하고 약한 자들을 약탈하는 관행과 파괴적인 정책을 엄책(嚴責)한다.
승자독식의 경제 시스템에서는 그 어떤 사람의 집, 토지, 아내 등도 안전할 수 없다. 모든 것을 거머쥘 때까지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이 필요하고 더 많이 가질 권리가 있다고 믿는 세계관에서는 이웃 사랑과 공동선 구현은 불가능하다.
넉넉하게 나누는 하나님 나라에서는 이런 맘몬적 탐욕이 금지된다.
<안식일은 저항이다>
4계명은 공격형(착취성) 불안에 대한 유일한 대안과 치료제가 안식(쉼)임을 알려준다. 안식일의 핵심은 제의적 예배가 아니라 '일을 멈추는' 것이다. 불안과 부족함의 시스템에서 잠시 발을 빼고 멈추는 것이다.
생산과 소비로 나를 규정 받는 것, 사적 행복만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것에 대한 '위대한 거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