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나님의 선교적 능력(7-9)
질그릇 같이 연약하고 평범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보물) 때문에 빛난다. 우리의 존재와 삶으로 ‘세상을 향한 증거’를 할 때, 하나님의 엄청난 능력이 작동한다.
우리가 정의와 긍휼을 통치의 기반으로 하는 하나님 나라 복음에 사로잡혀 증인으로 살아간다면, 곤경과 고초, 몰이해와 사회적 단절(배제)은 불가피하다. 답이 없어 보일 때라도 '세미한 음성'은 들린다.
돈과 권력이 호령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왕따 같이 '다른 길'을 가려고 하는데, 도무지 갈 힘이 없거나 가지 못하게 막는다. 그래도 이 좁은 길을 멈출 수는 없다.
인간의 탐욕은 항상 부러지게 마련이다. 자기 중심성은 타자 중심성을 억압하지만, 하나님의 만물/만민 구원은 승리한다.
어떤 민족과 문화 속에서도 성육신적이고 '번역 가능한' 복음의 능력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2. 존재와 삶에 예수를 새김(10)
우리는 죽어야 사는 십자가의 영광이라는 서사를 알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을 끌어안고 자기 비움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활짝 열어 놓으신 예수의 생명의 길은 거부할 수 없는 하늘의 어명(御命)이다.
교회의 역사(歷史)는 남을 위해 자신을 드린 자들이 피뿌려 만든 이야기다. 이들은 예수처럼 사람을 가리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 생명을 주려고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내어 주었다.
교회는 희로애락의 자리에 이웃과 함께 있었던 무명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기록과 이야기를 품고 있다.
3. 죽음에 넘겨지는 존재(11-12)
바울은 남보다 더 빨리 죽임당하길 원했다. 그리고 남보다 더 빨리 부활에 이르기 위해 모든 생애를 걸고 분투했다. 바울은 모든 시간과 공간 속에 '죽음에 넘겨지는' 예수의 길을 향한 자신의 열망을 그대로 담았다. 바울은 생명을 주기 위해 생명을 소진할 때 예수의 하나님 나라 복음이 한층 더 확장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누구라도 지나칠 정도로 예수의 십자가에 근접하여 따르고 순종하면 할수록 멈추었던 생명을 일어나게 할 수 있다. 십자가 없이 부활은 없다. 사랑의 '극심한 애씀' 없이 죽음에 이르는 병을 치유할 수 없다. 자신의 주체성이 중요해진 시대일수록 자기 비움을 수련하여 '검소한 풍요로움'을 누리며 '적정하게' 사는 것이 더 절실해졌다.
집착과 소유에 병적으로 달라붙는 세태 속에서 공중의 새를 보며 들에 핀 야생화를 키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진짜 필요하다.